
들어가며
기업가치 평가에서 DCF(현금흐름할인법)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합니다. M&A 현장, 회계법인 보고서, 투자설명서 어디에서나 DCF법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세법 앞에서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조세심판원은 2026년 3월, 여행사 지분 거래와 관련된 부당행위계산부인 사건(조심2023서6964)에서 DCF법에 따른 평가액을 법인세법상 시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1. 세법상 시가의 출발점
법인세법 제52조 제2항은 시가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건전한 사회 통념 및 상거래 관행과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가격"
핵심은 "정상적인 거래에서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치"입니다.
시가가 불분명할 경우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상증세법상 보충적평가방법을 준용합니다.
세법의 시가 판단 체계는 다음 순서로 작동합니다.
① 시장에서 형성된 객관적 거래가격 (법인세법 제52조 제2항)
↓ 없으면
② 감정평가액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2항 제1호)
↓ 없으면
③ 상증세법 보충적평가액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2항 제2호)
DCF법은 이 체계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2. DCF법의 구조적 한계
이번 사건에서 심판원이 DCF법을 배척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① 주관성 개입 문제
DCF법은 미래 현금흐름, 할인율, 성장률, 잔존가치를 평가자가 추정해야 합니다. 심판원은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기업평가 시 주요 변수에 대한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추정치에 근거하기 때문에 현재 자산가치가 반영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시가 적용 시에는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
— 조심2023서6964, 조심 2022중6301(2023.3.16.) 같은 뜻
② 추정치와 실제의 괴리
이 사건에서 회계법인은 DCF법으로 여행사들의 2017년~2020년 영업이익을 추정하였는데, 실제 영업손익과의 차이가 과다하게 발생하였습니다. 심판원은 이를 근거로 DCF법 평가액이 기업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3.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 제6항 — 제한적 활용 가능성
세법이 DCF법을 완전히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 제6항은 일정 조건 하에 DCF법 평가액을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납세자가 DCF법 등으로 평가한 가액을 첨부하여 평가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는 경우, 심의위원회가 제시하는 평가가액에 의할 수 있다.
단, 납세자 평가가액이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주식평가액의 70%~130% 범위 안의 가액인 경우로 한정한다.
| 요건 | 내용 |
|---|---|
| 절차 | 평가심의위원회 심의 신청 |
| 가액 범위 | 보충적평가액의 70% ~ 130% 이내 |
다만, 이 절차를 거친다고 해서 DCF법 평가액이 곧바로 시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심의위원회가 심의하여 제시하는 평가가액에 따를 수 있다는 것이므로, 어디까지나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법인의 DCF 평가액은 보충적평가액의 70%~130% 범위를 벗어났고,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법이 열어놓은 절차조차 활용하지 못한 것입니다.
4. 음수(-) 기업가치 주장도 통하지 않는다
청구법인은 기업가치가 음수로 산출된 여행사의 경우 이를 반영하여 전체 양도가액을 할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세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상증세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 순자산가액이 0원 이하인 경우 → 0원으로 처리
- 상증세법 시행령 제56조 제1항: 최근 3년 순손익 가중평균액이 음수인 경우 → 0으로 처리
세법상 비상장주식의 평가는 음수가 될 수 없으며, 여러 법인의 가치를 합산·상계하는 방식 역시 법령에 근거가 없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 구분 | 내용 |
|---|---|
| DCF법 단독 사용 | 세법상 시가 인정 사실상 어려움 |
| DCF법 + 평가심의위원회 | 보충적평가액 70%~130% 범위 내여야 신청 가능, 신청 후에도 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름 |
| 범위 초과 시 | 평가심의위원회 신청 자체 불가 |
| 결론 | 매매사례가액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는 보충적평가액 기준이 사실상 강제되는 구조 |
마치며
DCF법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합리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법은 검증 가능성과 객관성을 더 중시합니다. 미래 추정치는 평가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이를 세법이 그대로 수용하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과세를 우회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심판원 결정이 남기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세법은 DCF법의 논리적 정교함보다, 그 숫자가 얼마나 검증 가능한가를 먼저 묻습니다."
DCF법이 세법 앞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평가의 정교함만큼이나 절차적 요건과 가액의 합리성을 함께 갖추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출처] DCF법, 세법 앞에서 왜 무너지는가|작성자 Orb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