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 체코 경기가 열린 2025년 6월 12일, 화면에서는 월드컵이 방송되고 있었지만 장부 안에서는 206억 원을 갚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많은 기사가 원인으로 중계권을 지목한다. 일부는 "중계권만이 원인은 아니다"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말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재무제표로 확인해보면 원인의 윤곽은 훨씬 또렷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JTBC는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라, 개국 이래 골병이 든 채로 버티다 이번 6월에 터진 것에 가깝다.
파산이 아니라 회생, 한 달 동안 쏟아진 단어들
포털에 'JTBC'를 검색하면 '파산', '부도'가 따라붙지만 법적으로는 정반대다. 파산은 자산을 다 팔아 빚을 갚고 문을 닫는 절차이고, 회생은 법원 관리 아래 빚을 깎거나 나눠 갚으며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절차다. JTBC가 법원에 낸 것은 회생 신청이다.
순서는 이렇다. 6월 12일 JTBC가 206억 원짜리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에 갚지 못했다(디폴트). 14일에는 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 네 곳이 회생을 신청했고, 다음 날 JTBC가 합류해 핵심 계열사 다섯 곳이 한꺼번에 회생을 신청한 상태가 됐다. 디폴트는 한 곳에서 났는데 회생은 다섯 곳이 함께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JTBC의 '부도'다. JTBC는 6월 19일 360억 원짜리 기업어음 부도를 냈는데, 돈이 없어 못 막은 것이 아니다. 회생 신청에 따른 보전처분으로 법원 허가 없이는 변제가 막혀 있었던 탓이다. JTBC 공시에도 부도 사유가 "법적제한"으로 기재돼 있다. 즉 19일 부도는 별개의 악재가 아니라 디폴트→회생 신청으로 이어진 흐름의 법적 연장선이다. 반면 중앙일보는 회생이 아닌 워크아웃을 택했으나 220억 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부도의 성격이 갈린 셈이다.
중계권은 방아쇠였을 뿐
가장 말이 많은 중계권부터 보자. 올림픽은 JTBC가 2019년 IOC와 직접 계약했고, 월드컵은 중앙그룹이 피닉스스포츠라는 계열사를 통해 사들였다. 월드컵 비용은 피닉스스포츠 재무제표의 장기선급금에서 드러나는데, 2024년 약 616억이던 것이 2025년 말 1,100억으로 늘었다. 대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으니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쌓아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돈의 출처다. 피닉스스포츠는 JTBC로부터 350억을 빌렸고, 콘텐트리중앙·중앙홀딩스 등 계열사 차입과 SPC를 통한 채무약정으로 자금을 댔다. 여기에 지주사 중앙홀딩스가 약 2억 4천만 달러(3,600억 원 초과) 규모의 지급보증까지 섰다. 중계권 하나에 JTBC·피닉스스포츠·지주사·계열사가 모두 얽혀 있는 것이다.
비용은 이미 손익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한 JTBC의 1분기 별도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동기 27%에서 9.9%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46억 흑자에서 93억 적자로 뒤집혔다. 2023년 8%에서 2024년 15%, 2025년 21.7%까지 회복하던 마진이 단독중계 분기에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게다가 올림픽은 4개 대회 계약이고 월드컵은 진행 중이라, 비용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두고두고 손익을 누를 구조다.
원래 중앙그룹의 계획은 이 중계권을 지상파에 되팔아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었으나 막혔다. JTBC는 KBS와만 140억에 합의했고 MBC·SBS는 결렬됐다. 더 결정적인 것은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이건 적자"라고 인정한 점이다. 방송협회는 "JTBC가 제시한 가격을 받으면 각 사가 수백억씩 손실"이라고 했고, JTBC도 "큰 적자를 감수한 제안"이라 스스로 밝혔다. 정리하면 중계권 매입은 비싸게·혼자·되팔지 못한 거래였다. 그러나 이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중계권은 마지막에 얹힌 무게였을 뿐, 회사는 이미 그 전부터 약해지고 있었다.
"광고 시장 탓"이라는 방패
JTBC는 회생 입장문에서 "OTT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며 TV 광고 시장이 위축됐다"고 했다. 광고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방통위 자료상 전체 방송광고 시장은 2021년 3조 1천억대에서 2024년 2조 3천억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광고 위축은 지상파도, TV조선·MBN 같은 다른 종편도 똑같이 맞은 바람이다. 같은 바람을 맞았는데 유독 JTBC만 벼랑까지 갔다면, 그것은 바람 탓이 아니라 그 회사만의 구조적 문제다.
게다가 JTBC 매출은 실제로는 크게 줄지 않았다. 방송 부문 매출은 2018년 이후 대체로 3천억대 중후반을 유지했다. 광고가 빠진 자리를 수신료·프로그램 판매로 메운 것이다. 매출은 유지됐는데 회사는 무너졌다면, 문제는 버는 쪽이 아니다. 쓰는 것이 너무 많거나, 빌린 것이 너무 많거나 둘 중 하나다.
콘텐츠는 잘 만들었는데, 왜 회사는 못 살렸나
2021년, 오징어게임이 터지고 OTT들이 제작비를 쏟아붓던 시절 중앙그룹의 콘텐츠 회사 SLL중앙은 정점에 있었다(매출 5,589억, 영업이익 150억). 그리고 프랙시스캐피탈과 외국 투자자로부터 4,000억을 유치했다.
그런데 그 4,000억이 족쇄였다. SLL 공시만 보면 전환우선주로 자본에 잡혀 빚처럼 보이지 않지만, 모회사 콘텐트리 분기보고서 주석을 펴면 진짜 조건이 나온다. '3년 안에, 최대 2년 연장해서라도 SLL을 IPO 시켜야 하고, 못 하면 투자자에게 최소 연 2.9% 수익률을 보장하는 Exit을 제안해야 한다'는 약정이다. 결국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들어올 땐 자본이던 4,000억이 나갈 땐 모회사가 갚아야 할 금융부채로 둔갑했다. 콘텐트리 연결 유동 기타금융부채가 작년 말 710억에서 올 3월 말 4,427억으로 한 분기 만에 3,700억 넘게 분 것이 그 증거다. 같은 기간 SLL은 영업손실을 이어갔고, 무리하게 사들인 회사들에서 2022년에만 1,020억의 영업권 손상이 터졌다. 산 가격이 거품이었다는 회계적 고백이다. 모회사 콘텐트리중앙도 2021년부터 5년 연속 순손실을 냈다. 콘텐츠와 극장(메가박스), 두 축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콘텐츠 시장이 어려운 것은 다 마찬가지인데 왜 중앙만 무너졌을까. 똑같은 넷플릭스 폭풍을 맞고도 살아남은 스튜디오드래곤과 CJ ENM이 있다.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재무구조였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 수요를 단일 구독 창구로 빨아들이면서 제작사는 IP도 재판매도 흥행 보상도 빼앗긴 채 '매절 하청'으로 내려앉았고, 그 결과 모든 제작사의 마진이 얇아졌다. 스튜디오드래곤도 영업이익률이 2021년 10.8%에서 2025년 5.7%로 반토막 났다. 그런데도 살아남은 비결은 단순하다. 회사채가 0원, 즉 빚으로 굴리지 않았고 콘텐츠 자산도 보수적으로 상각했다. CJ ENM은 빚이 많아도 그룹 자본과 티빙·웨이브라는 자체 플랫폼으로 버텼다.
콘텐츠 제작업은 자산이 1년이면 진부화되고 영업현금흐름이 약한, 자기자본과 보수성으로 버텨야 하는 산업이다. 중앙은 정확히 반대로 갔다. 자기자본이 필요한 산업에 상환의무가 붙은 우선주 4,000억과 단기차입으로 들어갔고, 사양 채널과 영화관 같은 비관련 고정비를 얹었다. 시장을 못 읽어서가 아니라, 산업이 요구한 재무 구조를 정면으로 거스른 구조적 미스매치 - 이것이 회계가 말하는 본질이다.
벌지 못한 15년, 빚으로 버틴 그룹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JTBC는 2011년 출범 이후 15년 중 흑자를 낸 해가 2년뿐이다. 반면 적자는 수백억대로 이어져 출범 2년 만에 자본이 3,900억에서 1,600억으로 반토막 났다. 즉 무리하게 빚을 져서 망한 것이 아니라, 벌지 못한 적자를 메우려다 빚이 쌓인 것이다.
더구나 자본에 들어가 있는 신종자본증권(2025년 말 1,544억)은 실질이 갚아야 할 돈에 가까워, 이를 걷어내면 사실상 자본잠식이다.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비정상이 한눈에 보인다. FY2025 연결 부채비율은 TV조선 11.5%, KBS 101%인데 JTBC는 2,621%로 KBS의 26배다.
신용이 나쁜 회사가 이 빚을 어떻게 계속 끌어왔을까. 회사채 금리가 8%를 넘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특수목적회사(SPC)를 동원했다. SPC는 돈을 빌리기 위해 만든 껍데기 회사로, 회사가 앞으로 받을 돈을 떼어 담보로 넣고 그것을 담보로 투자자에게서 돈을 빌린다. 본체 신용이 나빠도 자산만 깨끗하면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JTBC는 2024년부터 신용이 아닌 자산 담보 방식(대출채권유동화, 수신료매출채권 담보대출)으로 넘어갔는데, 가진 것을 하나씩 잡혀야 돈을 구할 수 있는 단계까지 몰렸다는 신호다. 이런 빚은 만기 때 새로 빌려 갚는 차환으로 굴러가는데, 신용이 나빠지면 빌려줄 사람이 사라지고 차환이 막히는 순간 한꺼번에 멈춘다. 그것이 6월 12일이었다. 차입 2조 8천억의 그룹이 206억조차 막을 현금이 없었다는 것, 그 작은 금액을 못 막았다는 사실 자체가 더 이상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디폴트는 끝이 아니라 도미노의 시작이었다. JTBC 디폴트로 신용등급이 추락하자 계열사 중앙일보 등급도 떨어졌고, 채권에 붙어 있던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발동돼 만기가 멀쩡히 남은 빚까지 "지금 갚으라"로 바뀌었다. 작은 사모사채 하나에서 시작된 것이 순식간에 회사채 네 종목 1,370억으로 번졌다. 결정적으로 그룹 계열사들은 빚보증으로 촘촘히 얽혀 있었다. 중앙홀딩스가 JTBC·콘텐트리중앙·피닉스스포츠 등의 빚을 떠받치는 지급보증이 여덟 건이나 됐다. 한 회사가 흔들리면 보증 때문에 옆 회사가 끌려가는 구조 - JTBC 디폴트에 지주사까지 줄줄이 회생에 들어간 이유가 이 보증 사슬이다.
같은 종편인데, 왜 JTBC만
"그래도 광고 시장이 어려운 건 사실 아니냐"는 반박에 답하기 위해, 같은 2011년 개국한 TV조선·채널A·MBN과 비교해본다. 자기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본총계를 2025년 기준으로 보면, TV조선 약 4,700억, MBN 4,200억, 채널A 3,100억으로 셋 다 탄탄하다. 그런데 JTBC는 190억, 다른 종편의 20~30분의 1 수준이다. TV조선·MBN은 최근 6년 내내 영업흑자였고 채널A도 결손금을 꾸준히 줄였다. 광고 불황이 진짜 원인이었다면 네 곳이 다 무너졌어야 한다. 그러나 JTBC만 무너졌다. 그렇다면 원인은 산업이 아니라 JTBC 그 자체에 있다.
차이를 만든 것은 돈을 쓰는 방식이었다. 다른 종편들은 시사·토크쇼, 트로트 같은 저비용 포맷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한 반면, JTBC는 종편 중 가장 공격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했다(「재벌집 막내아들」 총제작비 350억).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돈의 대부분을 빚으로 충당했고 수익성이 나빠진 뒤에도 기조를 멈추지 못했다.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훨씬 심각한 누적 적자를 떠안은 것이다.
숫자 안에 진작 적혀 있던 결말
중계권은 마지막에 얹힌 무게였을 뿐 주된 원인이 아니었다. JTBC는 15년 동안 거의 돈을 벌지 못했고, 그 적자를 빚으로 메워왔으며, 그 빚이 그룹 전체를 보증으로 한 몸처럼 묶고 있었다. 신종자본증권을 걷어내면 사실상 자본잠식이며, 연결 부채비율은 KBS의 26배다. 광고 시장 탓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 숫자다.
가장 헷갈리는 역설은 "콘텐츠는 그렇게 잘 만들었는데 왜 회사를 못 살렸나"이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은 잘 만든다고 돈이 남는 구조가 아니다. 흥행해도 과실은 플랫폼이 가져가기에 마진은 구조적으로 얇고, 그래서 빚이 아니라 자기자본으로 버텨야 한다. 중앙은 정확히 반대로, 잘 만들면서도 그 잘 만든 것으로는 결코 버틸 수 없는 방식으로 회사를 굴렸다. 흥행은 계속 났지만 현금은 계속 말랐고, 그 현금이 하필 월드컵 중계가 한창이던 6월에 바닥을 드러냈다. 화면에선 월드컵이 나가는데 장부에선 206억을 못 막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예고된 결말이었다.
이번 사태가 남기는 교훈은 하나다. 흑자라고, 매출이 는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는 것. 회사를 죽이는 것은 적자가 아니라 현금이 마르는 것이다. 그래서 손익계산서 한 장만 봐서는 안 된다. 자본에 들어간 것이 진짜 자기 돈인지 갚아야 할 돈인지 따져보고, 본문에 없는 차입 구조와 약정은 주석에서 확인해야 한다. 오늘 본 신호들은 전부 거기 적혀 있었다. 이번 사태는 갑자기 터진 사고가 아니라, 숫자 안에 진작부터 적혀 있던 결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