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자문

회사는 잘 되는데 왜 평가손실이 날까 - 전환사채(CB)

탁현우읽는 시간 7
회사는 잘 되는데 왜 평가손실이 날까 - 전환사채(CB)

들어가며: 직관에 반하는 한 장면

주가가 올랐다. 보통은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어떤 회사는 바로 그 주가 상승 때문에 손익계산서에 대규모 평가손실을 잡고, 부채비율이 뛰고, 심하면 자본이 깎인다. 회사가 잘 되는 신호가 회계상으로는 악재로 둔갑하는 셈이다.

이 모순은 오류가 아니라 회계기준이 설계된 방식의 결과다. 그리고 그 갈림길을 만드는 건 한국 스타트업·중소기업의 CB에 거의 빠지지 않고 붙는 리픽싱(전환가격 조정) 조항이다. 이 칼럼은 CB가 재무제표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왜 같은 사채가 회사마다·기준마다 다른 운명을 맞는지를 풀어본다.

1. CB는 '복합금융상품'이다

전환사채는 하나의 증권 안에 성격이 다른 두 개가 들어 있는 복합금융상품이다.

  • 사채(host) 부분 - 만기에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계약상 의무 → 금융부채
  • 전환권 부분 - 정해진 조건으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 → 조건에 따라 자본 또는 부채(파생상품)

핵심은 이 두 요소를 분리해서 회계처리한다는 점이다. 일반기업회계기준은 복합금융상품의 발행자가 부채요소와 자본요소를 분리하도록 규정한다(일반기업회계기준 제15장 문단 15.18). 분리 방법은 단순하다. 부채요소를 먼저 측정하고, 발행금액에서 그 부채요소를 뺀 나머지를 자본요소로 배분한다(문단 15.20). 즉 자본요소는 '잔여'로 결정된다.

여기서 사채상환할증금이 있는 경우, 실무지침 15.6은 사채상환할증금을 해당 사채의 액면금액에 부가하고, 전환권대가(또는 신주인수권대가)는 기타자본잉여금으로 분류하도록 한다. 이 전환권대가는 나중에 전환권이 실제로 행사되어 주식을 발행하는 시점에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대체된다.

2. 전환되어도 손익은 없다 - 자본거래의 성격

CB가 만기 또는 중도에 주식으로 전환되면, 발행자는 부채를 제거하고 그만큼 자본을 늘린다. 이때 전환에 따른 손익은 인식하지 않는다(제15장 문단 15.21). 줄어드는 부채의 가액만큼 자본이 증가하므로 손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논리다.

최초 발행 시 자본으로 인식했던 전환권대가도 마찬가지다. 전환이 일어나면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대체될 뿐(실무지침 15.6), 그 자체로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고 소멸하더라도 별도의 회계처리는 없다. 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잔여지분으로 정의되어 재측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자본으로 인식된 전환권대가는 전환권이 사라져도 그대로 남는다(문단 15.21에 따라 자본 내 다른 계정으로의 대체만 가능).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최초에 정한 부채요소·자본요소 분류는 이후에 전환 가능성이 변하더라도 수정하지 않는다(제15장 문단 15.19). 특정 보유자 입장에서 전환이 경제적으로 유리해지는 경우에도 분류는 그대로다. 보유자는 전환에 따른 세무효과 차이 등으로 예상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고, 전환 가능성 자체도 때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이다. 발행자가 미래에 원리금을 지급할 계약상 의무는 전환·만기 도래·그 밖의 거래로 소멸되기 전까지 미결제 상태로 유지된다.

이 "한 번 자본이면 전환가능성이 출렁여도 그대로, 평가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뒤에서 보게 될 리픽싱 이슈의 정확한 반대편이다.

3. K-IFRS와의 갈림길 - 그리고 리픽싱

같은 CB라도 일반기업회계기준과 K-IFRS에서 처리가 갈릴 수 있다. 갈림길의 핵심은 전환권이 '확정 수량'의 전환권이냐다.

K-IFRS도 비파생 복합금융상품이면 발행자가 조건을 평가해 자본요소와 부채요소를 분리한다(K-IFRS 제1032호 문단 28). 이때 자본요소로 분리되는 전환권은 "확정 수량의 발행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로 정의된다(문단 29). 측정은 잔여법이다 - 부채요소를 먼저 정하고, 전체 공정가치에서 부채요소를 뺀 나머지를 자본요소에 배분한다(문단 31·32). 만기에 전환되면 부채를 제거하고 자본으로 인식하되 손익은 없고(문단 AG32), 전환 가능성이 변해도 분류를 수정하지 않는다(문단 30)는 점은 일반기준(15.19·15.21)과 같은 결이다.

문제는 그 "확정 수량" 조건이다. 문단 31은 자본요소가 아닌 파생상품 특성(예: 콜옵션)에 해당하는 가치는 부채요소의 장부금액에 포함하도록 한다. 즉 전환권이 '확정 수량 전환권'의 성격을 벗어나면, 그 가치는 자본(전환권대가)이 아니라 부채요소 쪽(파생상품)으로 간다.

여기서 리픽싱이 등장한다. 리픽싱은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전환가격을 낮추고, 그에 따라 전환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는 조항이다. 즉 전환주식수가 사후에 변동한다. 문단 29가 말한 '확정 수량'이 깨지는 것이다. 그 결과 전환권은 평가하지 않는 자본요소가 아니라 파생상품부채가 되고, 제1109호에 따라 매 기말 공정가치로 다시 측정된다.

그 결과:

구분전환권 분류후속 측정
리픽싱 없음 (전환가 고정)자본평가하지 않음
리픽싱 있음파생상품부채(FVTPL)매 기말 공정가치로 재측정 → 평가손익이 손익계산서로 반영

전환권이 파생상품부채로 분류되면 매 결산마다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한다. 그런데 전환권(콜옵션 성격)의 가치는 주가가 오를수록 커진다. 부채가 커지면 그 증가분이 평가손실로 손익계산서에 잡힌다. 주가 상승 → 전환권 가치 상승 → 파생상품부채 증가 → 평가손실. 도입부의 그 모순이 여기서 완성된다.

(리픽싱이 붙은 전환권의 분류는 실무상 이견이 있었던 영역이다. 본문은 위 제1032호 문단의 원칙을 기준으로 서술했다.)

4. 대표·실무자가 실제로 부딪히는 지점

(1) "투자 받았는데 부채비율이 나빠졌다"
리픽싱이 붙은 CB는 전환권이 파생상품부채로 잡힐 수 있고, 주가가 오르면 그 부채가 커지며 평가손실이 난다. 자금을 조달했는데 부채비율이 올라가고 당기순손실이 늘어나는 그림이 나온다.

(2) 자본잠식·관리종목으로 이어지는 사슬
평가손실 → 당기순손실 → 이익잉여금 감소 → 자본 악화. 이 흐름이 누적되면 자본잠식 판단이 흔들리고, 상장사라면 관리종목 우려로까지 연결된다. 자본잠식 강의와 직결되는 지점이다.

(3) 리픽싱 조항 설계가 재무제표를 좌우한다
같은 금액을 조달해도 전환가 고정이냐, 리픽싱이 있느냐에 따라 전환권이 자본이 되기도 하고 매 분기 평가하는 부채가 되기도 한다. 즉 계약서의 한 조항이 향후 몇 년치 손익계산서의 변동성을 결정한다. 투자계약 협상 단계에서 회계가 개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5. 시사점

CB의 회계는 결국 RCPS와 같은 질문으로 수렴한다.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가, 그리고 자기 주식으로 결제하더라도 '확정 수량'의 전환권인가." 이 두 질문이 사채를 부채로, 전환권을 자본 또는 파생부채로 가른다.

스타트업·중소기업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은 이것이다. 리픽싱은 자금조달을 쉽게 해주는 대신, 전환권을 '평가하지 않는 자본'에서 '매 분기 출렁이는 파생부채'로 바꿔 놓을 수 있다. 그래서 CB는 "얼마를 어떤 이자로 받느냐"만큼이나 "전환조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재무제표를 좌우한다. 회계는 사채를 발행한 뒤가 아니라,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개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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