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전환

RCPS(상환전환우선주) 회계처리: 같은 주식, 다른 장부

탁현우읽는 시간 7
RCPS(상환전환우선주) 회계처리: 같은 주식, 다른 장부

투자 유치에 널리 쓰이는 도구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그런데 같은 RCPS 한 종목이 일반기업회계기준(이하 '일반기준')에서는 자본으로, K-IFRS에서는 상당 부분이 부채로 잡힌다. 비상장 단계에서 자본이던 투자금이 IPO를 앞두고 K-IFRS로 전환하는 순간 부채로 옮겨 가, 부채비율이 뛰고 자본잠식 우려까지 번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 계약서는 한 장인데 장부가 갈리는 이유를, 분류 기준에서부터 짚는다.

RCPS는 왜 까다로운가 — 복합금융상품

RCPS는 우선주에 상환권과 전환권이 함께 붙은 주식이다. 이렇게 옵션이 내재된 금융상품을 회계에서는 복합금융상품이라 하고, 상환권·전환권 같은 옵션을 내재파생상품이라 부른다. 그래서 RCPS는 '주계약(상환우선주)'과 '내재파생(전환권·상환권)'으로 나눠, 각 요소가 자본인지 부채인지를 따지는 구조로 본다. 두 기준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 - 형식대로 묶어 보느냐, 실질대로 나눠 보느냐 - 에서 갈린다.

일반기업회계기준 — 법적 형식 중시, 자본

일반기준은 자본과 부채를 법적 형식으로 가른다. 우선주는 상법상 주식이므로, RCPS도 원칙적으로 자본이다.

  • 발행 단계(문단 15.3). 주식(상환우선주 등 포함)의 발행금액이 액면금액보다 크면 그 차액을 주식발행초과금으로 하여 자본잉여금으로 회계처리한다. 상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본다는 취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 상환 단계(실무지침 실15.2). 상법에 따라 발행된 상환우선주의 상환과 관련하여, 상환주식은 이를 취득한 때에 자기주식으로 처리하고, 상환절차를 완료한 때 이익잉여금의 감소로 회계처리한다. 자본의 감소로 보는 것으로, 문단 15.11의 감자 회계 틀과 연결된다.

내재파생상품을 분리하는 규정 자체는 일반기준에도 있다. 문단 6.41은 ① 내재파생상품과 주계약의 경제적 특성·위험 사이에 명확하고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② 복합계약이 공정가치 평가(당기손익 반영) 대상이 아니며, ③ 동일 조건의 독립된 파생상품이 파생상품으로 분류되는 경우, 이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주계약과 분리하도록 한다. 다만 주식 형식의 RCPS는 통상 전체가 자본으로 처리되어, K-IFRS처럼 전환권을 적극적으로 파생부채로 떼어내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일반기준에서는 투자금이 자본 총액에 그대로 남고, 손익계산서도 비교적 조용하다.

K-IFRS — 경제적 실질 중시, 부채 + 파생

K-IFRS는 형식이 아니라 계약의 실질로 분류한다.

  • 분류 원칙(제1032호 문단 15). 발행자는 계약의 실질과 금융부채·금융자산·지분상품의 정의에 따라, 최초 인식시점에 금융상품이나 그 구성요소를 분류해야 한다.
  • 지분상품 요건(제1032호 문단 16). 지분상품이 되려면 (1) 거래상대방에게 현금 등 금융자산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가 없어야 하고, (2) 자기지분상품으로 결제하는 경우 변동 가능한 수량을 인도할 의무가 없는 비파생상품이거나, 확정 수량의 자기지분상품을 확정 금액과 교환해 결제하는('확정 대 확정') 파생상품이어야 한다.

주계약(상환우선주 부분). 투자자가 상환청구권(풋옵션)을 가지면, 발행자는 현금을 지급할 계약상 의무를 지므로 문단 16의 지분상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금융부채로 분류된다. 상환재량이 전적으로 발행자에게만 있는 예외적 경우에만 자본 여지가 남는다. 또한 누적적 우선배당처럼 사실상 지급이 예정된 배당은, 이익의 처분이 아니라 이자비용의 성격으로 본다.

풋가능 금융상품에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예외(문단 16A)가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 RCPS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문단 16A는 해당 상품이 '그 밖의 모든 종류의 금융상품보다 후순위인' 가장 잔여적인 종류에 속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RCPS는 보통주에 앞서는 우선주여서 이 후순위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상환청구권이 붙은 RCPS는 대체로 금융부채로 남는다.

핵심 비교

구분일반기업회계기준K-IFRS
분류 관점법적 형식(주식)계약의 실질
상환우선주(주계약)자본 (문단 15.3)투자자 상환권 있으면 금융부채 (제1032호 문단 16, 풋가능 예외 16A는 후순위 요건 미충족)
전환권(내재파생)적극 분리하지 않음, 공시 중심 (분리요건 6.41 한정)리픽싱 유형에 따라 자본 또는 파생상품부채 (제1109호 측정)
후속 측정없음(자본)파생부채는 매기말 공정가치 평가, 손익 반영
상환 시자기주식 처리 후 이익잉여금 감소 (실15.2)금융부채 제거
재무비율 영향변동 미미부채비율 상승, 자본잠식 위험 증가

대표·실무자가 챙겨야 할 것

첫째, K-IFRS 전환은 부채비율을 단숨에 끌어올린다. 같은 회사, 같은 투자인데 장부 기준만 바뀌어 자본 일부가 부채로 옮겨 간다. 자본 총액이 줄고 부채비율이 오르며, 경우에 따라 자본잠식 구간에 들어선다. 그래서 상장 심사를 앞둔 회사는 IFRS 컨버전 시점에 RCPS가 부채로 잡혀 있는 상황을 피하려고, 미리 보통주로 전환하는 등의 정비를 한다.

둘째, 잘 될수록 손실이 나는 역설. 리픽싱 때문에 전환권이 파생부채로 분리되면, 기업가치(주가)가 오를수록 전환권의 공정가치가 커져 평가손실이 잡힌다. 사업이 잘되는데 회계상 당기순손실이 나고, 그 손실이 다시 자본을 깎는 구조다. 게다가 이 파생부채는 매년 외부 평가를 받아야 해 유지비용도 따른다.

셋째, 발행가는 액면이 아니라 공정가치로 본다. 시가가 액면을 크게 웃도는 비상장 스타트업이라면, 거래의 발행가액을 액면(예: 500원)이 아니라 RCPS의 공정가치로 산정해야 한다. 보통주를 RCPS로 바꾸는 거래처럼 구조가 얽힌 경우, 차액이 자본과 손익 중 어디로 가는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외부감사인과 미리 맞춘다. 분류·측정의 시점·금액·근거자료를 감사인과 사전에 공유해 두면, IPO나 M&A 직전에 자본 일부가 부채로 옮겨 가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약정서·정관·주주간계약을 함께 펼쳐 두고, 자본·부채 분류를 결정짓는 조항(상환청구권, 누적적 배당, 리픽싱)을 먼저 식별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시사점

RCPS는 투자자에게 안전장치를, 회사에는 자본 형식의 조달을 제공하는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회계상으로는 '주식'이라는 한 단어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상장 일정이 언제인지, 상환·리픽싱 조건을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따라 같은 계약서가 전혀 다른 재무제표를 만든다. 상환청구권·누적적 우선배당·리픽싱은 RCPS를 부채로 밀어 넣는 핵심 트리거이고, 그 효과는 부채비율과 자본잠식에 곧바로 닿는다. 발행가 산정이나 특수관계자 간 거래 여부 등 회계 분류와 맞물린 평가·세무 쟁점은 또 다른 검토 영역으로 남는다. 결국 투자 도구는 '받는' 단계가 아니라 '계약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회계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RCPS가 주는 가장 분명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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