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4월, 한국거래소는 2025사업연도(12월 결산) 사업보고서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인 의견 미달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법인은 코스닥 42사, 유가증권 12사로 집계됐다. 코스닥 42사는 신규 23사, 2년 연속 11사, 3년 연속 8사이고, 유가증권 12사는 신규 7사, 2년 연속 4사, 3년 연속 1사다. 매년 반복되는 결산 시즌의 풍경이지만, 올해는 적용 규정의 골격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짚어둘 대목이 있다.
감사의견 네 가지와 변형 사유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은 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네 가지다. 적정의견을 제외한 나머지를 감사기준서는 '변형의견'으로 정의한다(감사기준서 705 용어의 정의).
감사인이 의견을 변형해야 하는 상황은 두 갈래다. 감사기준서 705 문단 6은 (a) 입수한 감사증거에 근거해 재무제표 전체에 중요한 왜곡표시가 존재한다고 결론 내리는 경우, (b) 중요한 왜곡표시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는 경우를 든다.
여기서 '중요성'과 '전반성'의 조합이 의견 종류를 가른다. 문단 7은 왜곡표시(또는 미입수 증거의 영향)가 중요하나 전반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할 때 한정의견을, 문단 8은 그것이 중요하면서 동시에 전반적이라고 판단할 때 부적정의견을 표명하도록 한다. 문단 9는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고, 발견되지 않은 왜곡표시의 영향이 중요하고 동시에 전반적일 수 있다고 결론 내리는 경우 의견을 거절하도록 규정한다. '전반적'이란 그 영향이 특정 계정에 국한되지 않거나, 국한되더라도 재무제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거나, 이용자의 재무제표 이해에 근본적인 경우를 말한다(문단 5).
요컨대 부적정의견은 "보았으나 재무제표 왜곡표시가 중요하고 전반적이다"는 결론이고, 의견거절은 "전반적 영향이 우려되는데 볼 수조차 없었다"는 결론이다. 이번 코스닥 42사 중 41사가 의견거절, 1사가 한정이었다는 점은 변형의 무게가 어느 쪽에 쏠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계속기업 불확실성은 곧 의견거절이 아니다.
상장폐지 사유 명단의 변형 사유에는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이 빈번히 등장한다. 다만 불확실성의 존재 자체가 의견거절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감사기준서 570에 따르면, 계속기업 전제의 사용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부적정의견을 표명한다(문단 21). 전제 사용이 적합하나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재무제표에 적절한 공시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적정의견을 표명하되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별도 단락을 둔다(문단 22). 적절한 공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한정의견 또는 부적정의견을 표명한다(문단 23). 즉 변형 사유에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적시됐다는 것은, 단순한 불확실성을 넘어 공시 부적절이나 그 영향의 전반성, 또는 증거 미입수가 결합됐다는 의미를 나타낸 것일 수 있다.
상장폐지 기준은 시장마다 다르다.
감사의견 미달이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경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다르다.
유가증권시장은 상장규정 제48조제1항제2호에서 부적정·의견거절이면 즉시 상장폐지 사유로 본다(가목). 감사범위제한에 따른 한정은 곧바로 상장폐지가 아니라, 먼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제47조제1항제2호가목), 다음 사업연도에도 같은 한정을 받으면 그때 상장폐 사유가 된다(제48조제1항제2호나목). 한 단계 완충이 있는 셈이다.
코스닥시장은 더 앞당겨져 있다. 상장규정 제54조제1항제1호는 부적정·의견거절은 물론 감사범위제한에 따른 한정까지 그 자체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로 규정한다. 코스피가 한정에 대해 관리종목이라는 완충 단계를 두는 것과 달리, 코스닥은 첫 한정부터 곧바로 상장폐지 사유가 되는 셈이다.
2년 연속 의견 미달이면 즉시 퇴출
현행 규정은 2년 연속 감사인 의견 미달을 즉시 상장폐지 사유로 규정한다. 규정(유가증권 제48조제1항제2호의2, 코스닥 제54조제1항제1호의2)에 따르면, 직전 사업연도의 감사의견 미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 사업연도에 다시 부적정·의견거절·감사범위제한 한정을 받거나, 사업보고서를 법정 제출기한 다음 날부터 10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이 조항은 시행일(2025년 7월 10일) 이후 최초로 감사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한 법인부터 적용된다(유가증권 부칙 제2342호 제1조·제5조, 코스닥 부칙 제2343호 제1조·제6조). 적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2년 연속'에 도달한 시점이 아니라 '첫 미달'(유가증권 제48조제1항제2호, 코스닥 제54조제1항제1호)의 발생 시점이다.
맺으며 - 실무적 시사점
여기서부터는 해석이다.
첫째, 올해 2년 연속·3년 연속 명단의 법인들은 첫 미달이 시행일 이전이므로 신설 조항이 아니라 종전 절차를 밟는다. 신설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는 첫 사례는 올해 신규로 미달을 받은 법인이 내년에도 미달을 받는 경우가 될 것이다. 올해는 강화된 룰의 적용을 앞둔 분기점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둘째, 코스피와 코스닥의 42 대 12라는 격차는 규정 차이로 환원하기 어렵다. 한정을 즉시 상장폐지로 보는 코스닥의 규정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번 코스닥 신규 미달은 사실상 전부 의견거절이었고 한정 1사도 2년 연속 사례였다. 숫자의 격차는 규정보다 재무 취약 소형주의 모집단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읽는 편이 타당하다.
셋째, 변형 사유는 범위제한에 크게 쏠려 있다. 코스닥 42사 중 계속기업 불확실성만 단독으로 적시된 경우는 3사에 그치고, 나머지는 범위제한 단독이거나 범위제한과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함께 적시된 복합형이다. 범위제한, 즉 감사인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 의견거절의 핵심 통로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