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자산은 어느 기업에나 있다. 그래서 회계기준이 바뀌면 가장 먼저, 가장 넓게 영향을 받는 항목이기도 하다. K-IFRS 제1002호와 일반기업회계기준 제7장은 큰 틀에서는 닮았지만, 몇 군데에서 갈린다. 그리고 그 차이는 단순한 분류상의 차이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과 재무비율을 실제로 움직이는 차이다. 비상장기업이 상장을 준비하며 K-IFRS로 전환할 때,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지점들을 짚어 본다.
먼저 공통 출발점부터. 재고자산은 원칙적으로 산 값(취득원가)과 지금 팔면 받을 값(순실현가능가치) 중 더 낮은 쪽으로 장부에 올린다. 이를 저가법이라 한다. 두 기준 모두 이 출발점은 같다. 갈리는 것은 그다음이다 - 원가를 어떻게 계산하고, 손실을 재무제표 어느 줄에 담느냐다.
1. 후입선출법 — 전환의 가장 큰 변수
재고의 단위원가를 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두 기준 모두 개별법, 선입선출법, 가중평균법을 인정한다(1002.23~25 / 7.12~13). 차이는 후입선출법(LIFO)에 있다.
- 일반기업회계기준: 후입선출법을 사용할 수 있다(7.13).
- K-IFRS: 단위원가는 선입선출법이나 가중평균법으로 결정하며(1002.25), 후입선출법은 인정하지 않는다.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숫자로 보면 분명해진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가정한 사례다.
매입 내역 (기초재고 없음)
| 매입일 | X1.1.31 | X1.6.30 | X1.10.30 |
|---|---|---|---|
| 단위당 원가 | 150원 | 200원 | 250원 |
| 매입수량 | 100개 | 100개 | 100개 |
이 중 200개를 팔아 매출 65,000원(100개는 개당 300원, 100개는 개당 350원)을 올렸다고 하자. 어느 원가흐름을 가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거래의 손익이 이렇게 달라진다.
| 구분 | 선입선출법 | 가중평균법 | 후입선출법 |
|---|---|---|---|
| 매출 | 65,000원 | 65,000원 | 65,000원 |
| 매출원가 | 35,000원 | 40,000원 | 45,000원 |
| 이익 | 30,000원 | 25,000원 | 20,000원 |
후입선출법은 '나중에 산 것을 먼저 판다'고 보기 때문에, 물가 상승기에는 가장 비싼 원가가 매출원가로 빠진다. 그 결과 매출원가는 가장 크게, 이익은 가장 작게 잡힌다. 반대로 남아 있는 재고는 가장 오래된(싼) 원가로 장부에 남는다.
IASB는 2003년 개정 당시 후입선출법이 재고자산의 실제 흐름을 충실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보아 이를 삭제했다(1002.BC9~BC21). 후입선출법이 이익을 낮춰 절세 목적으로 쓰이기도 했다는 점도 배경에 있었다.
전환 시 무슨 일이 일어나나. 후입선출법을 쓰던 회사가 K-IFRS로 가면 선입선출법이나 가중평균법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면 전환 시점에 매출원가는 감소하고, 당기손익은 증가하며, 재고 장부금액은 커지는 방향의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난다. 또한 원가흐름의 변경은 회계정책 변경에 해당하므로, 비교 재무제표의 소급 재작성 여부와 범위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2. 비정상 감모손실 — 같은 손실, 다른 '줄'
재고가 장부상 수량보다 실제로 모자랄 때 생기는 손실(감모손실)을, 재무제표의 어느 줄에 담을 것인가도 두 기준이 다르다.
- 일반기업회계기준: 손실의 성격을 나눈다. 정상적인 감모손실은 매출원가에 가산하고, 비정상적인 감모손실은 영업외비용으로 분류한다(7.20). 평가손실 역시 매출원가에 가산한다.
- K-IFRS: 평가손실과 모든 감모손실을 발생한 기간의 비용으로 인식하되(1002.34), 정상·비정상을 명시적으로 가르지 않는다. 당기에 비용으로 인식한 재고자산 금액은 일반적으로 매출원가로 본다(1002.38).
즉 같은 비정상 감모손실이라도, 일반기준에서는 영업이익 아래(영업외비용)에 담기던 것이 K-IFRS에서는 대체로 매출원가로 올라온다. 손실의 총액은 같아도 영업이익 라인이 달라진다. 영업이익률처럼 영업단계 손익을 보는 지표나, 그 지표에 연동된 약정·평가가 있다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3. 일반상품 중개기업 - 좁지만 분명한 차이
원유, 곡물 같은 일반상품을 단기 매매해 가격변동이익이나 중개이익을 얻는 중개기업의 재고는 성격이 다르다.
- K-IFRS: 이런 재고를 공정가치에서 처분부대원가를 뺀 금액으로 측정하는 선택지를 두고, 그 변동분은 발생한 기간의 손익으로 인식한다(1002.3⑵·5). 즉 평가이익도 손익에 반영될 수 있다.
- 일반기업회계기준: 별도의 예외 규정이 없어, 다른 재고와 마찬가지로 저가법으로 측정한다(7.16~19).
적용 대상이 좁은 특수한 경우지만, 해당하는 기업이라면 측정 모형 자체가 달라지므로 전환 시 짚어야 한다.
마무리 - 전환 전에 미리 점검할 것
재고자산 기준의 차이는 종이 위 분류에 그치지 않는다. 후입선출법을 쓰던 회사는 전환만으로 이익과 재고 장부금액이 움직이고, 감모손실 분류가 바뀌면 영업이익 라인이 달라진다. 숫자가 바뀐다는 것은 곧 그 숫자에 기대고 있던 재무비율, 약정, 실적 평가가 함께 흔들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환을 준비한다면, 적어도 다음은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 후입선출법을 쓰고 있는가 → 선입선출법·가중평균법으로 원가흐름을 바꿔야 한다. 이는 회계정책 변경에 해당하므로 비교 재무제표의 소급 재작성 여부와 범위를 함께 검토하고, 이익과 재고 장부금액의 변화 폭을 미리 가늠해 둔다. (회계상 평가방법이 바뀌면 세무상 재고 평가방법과의 정합성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 비정상 감모손실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해 왔는가 → 전환 후 매출원가로 재분류될 수 있으므로,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다.
- 일반상품 중개업에 해당하는가 → 저가법 대신 '공정가치−처분부대원가' 측정을 선택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재고자산 회계기준의 차이는 이익의 크기와 위치를 바꾼다. 전환을 코앞에 두고 당황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미리 계산해 두는 일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