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대표 통장과 법인 통장을 혼용했더니 세금 폭탄이 왔다.

탁현우읽는 시간 5
대표 통장과 법인 통장을 혼용했더니 세금 폭탄이 왔다.

들어가며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 2년 차 된 A 대표는 회사가 조금씩 안정되자 담당 회계사를 바꾸기로 했다. 회계사가 장부를 들여다보더니 첫 마디가 이랬다.

"대표님, 가지급금이 8천만 원 잡혀 있는데 혹시 알고 계세요?"

A 대표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법인카드를 개인 식비나 경조사비에 가끔 썼고, 급할 때 법인 통장에서 개인 통장으로 돈을 옮겨 쓴 적이 있었다. 나중에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담당 회계사의 결론은 냉정했다. 이 상태로 법인세 신고를 하면 인정이자 과세와 상여 처분이 동시에 발생해, 추가 세금과 가산세를 포함하면 상당한 수준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가지급금이란 무엇인가

가지급금(假支給金)은 말 그대로 "일단 내준 돈"이다. 법인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사용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썼는데 적절한 처리 없이 장부에 미결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세법에서 이렇게 부른다.

흔히 이런 상황에서 가지급금이 발생한다.

  • 법인카드로 대표 개인 경비(식사, 쇼핑, 경조사)를 결제했을 때
  • 법인 통장에서 대표 통장으로 돈을 이체했는데 급여나 배당으로 처리하지 않았을 때
  • 법인이 대표에게 공식적인 차용 약정 없이 자금을 빌려줬을 때

창업 초기에는 내 돈과 회사 돈의 경계가 흐릿하다. 법인을 설립했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내 사업"이고, 급할 때 법인 계좌에서 잠깐 꺼내 쓰는 게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세법은 법인을 대표이사와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인격으로 본다.

왜 이렇게 무거운가: 이중 과세의 함정

가지급금이 위험한 이유는 단 하나의 실수가 두 가지 세금을 동시에 유발하기 때문이다.

① 인정이자 과세

세법은 법인이 대표이사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간주하고, (당좌대출이자율 적용의 경우)시중금리(현재 연 4.6%)에 해당하는 이자를 법인이 받았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이자를 받지 않았더라도 가상의 이자 수입이 법인 매출로 잡힌다. 8천만 원의 가지급금이 있다면 연간 약 368만 원의 이자가 법인 소득에 더해지는 셈이다.

② 상여 처분

가지급금 원금 자체도 세무조사나 결산 시 "대표이사가 이익을 가져간 것"으로 처분될 수 있다. 이 경우 상여 처분이 되면 대표이사 개인의 근로소득에 합산되어 소득세가 추가 부과된다. 법인이 이미 낸 세금과 별개로 대표 개인이 또 세금을 내는 구조다.

여기에 과소신고 가산세, 원천징수 납부지연 가산세 등이 누적되면 실제 납부액은 원래 세금보다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부담이 시간에 비례해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중에 갚으면 되지"가 통하지 않는 이유

가지급금을 인식한 대표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나중에 갚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다. 법인에 돈을 상환하면 가지급금 잔액은 줄어든다.

문제는 상환할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다. 대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바로 갚을 수 있다면 가장 깔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현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결국 급여를 올리거나 배당을 받아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급여를 올리면 종합소득세와 건강보험료가 함께 올라간다. 배당으로 받으면 법인세를 낸 이후의 이익에서 다시 배당소득세(원천징수 15.4%)가 붙는다. 어느 쪽이든 세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생각보다 적다. 가지급금 1억 원을 갚기 위해 법인에서 1억 원 이상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가지급금은 단순히 "돈을 갚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얼마의 세금을 내면서 정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금액이 클수록, 그리고 방치 기간이 길수록 선택지는 좁아진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이미 가지급금이 발생한 상태라면 먼저 정확한 잔액과 발생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금액과 성격에 따라 처리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회계사와 함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가장 세 부담이 적은 정리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막으려면 원칙은 하나다. 법인과 개인의 돈을 처음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 법인카드는 오직 업무 목적에만 사용한다. 개인 경비는 개인카드로 결제하고, 필요하다면 별도 경비 정산 절차를 밟는다.
  • 대표이사 급여를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한다. 급여가 너무 낮으면 법인에서 꺼내 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월별로 장부를 확인하고, 가지급금 잔액이 발생했는지 회계사와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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