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손금 손금산입, 요건과 시기를 모르면 세무조사 시 가장 꼼꼼하게 보는 항목입니다.
거래처가 망했습니다. 돈은 못 받았고 장부에는 이미 손실로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세금 신고서를 들여다보면 그 손실이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아 오히려 법인세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것이 대손금 규정을 제대로 모를 때 생기는 일입니다.
대손금은 단순히 못 받은 돈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채권인지, 어떤 사유인지, 어느 사업연도에 처리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맞춰야 합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손금불산입되고, 시기를 놓치면 경정청구로 돌아가는 수고가 생깁니다.
대손금이란 무엇인가
법인세법 제19조의2 제1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내국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중 채무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의 금액(이하 '대손금'이라 한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손금에 산입한다."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유가 법정 요건에 해당해야 하고, 둘째, 사업연도가 맞아야 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연도에는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대손금으로 인정되는 채권의 유형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의2 제1항은 대손금 인정 사유를 13가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①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상법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외상매출금·미수금, 어음법상 어음, 수표법상 수표, 민법상 대여금·선급금이 해당합니다(시행령 §19의2①1~4호).
그런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해서 무조건 대손금이 되지는 않습니다. 국세청 통칙은 이 점을 명확히 경고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채권회수를 위한 제반 법적조치 등을 취하지 아니함에 따라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그 소멸시효 완성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접대비 또는 기부금으로 본다." (통칙 19의2-19의2…9)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효만 흘려보낸 경우, 세법은 이를 대손금이 아니라 접대비나 기부금으로 봅니다. 사실상 거저 탕감해준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채권을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점, 실무에서 자주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② 회생계획 인가·면책결정으로 확정된 채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생계획 인가 또는 법원의 면책결정으로 회수불능이 확정된 채권이 해당합니다(시행령 §19의2①5호). 이 유형은 손금산입 시기가 강제됩니다. 해당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시행령 §19의2③1호). 그 해를 놓치면 직권경정으로만 구제받을 수 있어 사실상 세금을 더 내는 상황이 됩니다.
③ 파산·강제집행·사업폐지·사망·실종·행방불명
실무에서 가장 많이 적용되는 유형입니다(시행령 §19의2①8호).
먼저 파산의 범위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국세청 통칙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영 제19조의2 제1항 제8호에서 '채무자의 파산'이란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이 파산폐지결정하거나 파산종결 결정하여 공고한 경우를 말한다." (통칙 19의2-19의2…1①)
단순히 파산신청이 접수됐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의 파산폐지 또는 파산종결 공고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파산폐지 또는 파산종결 공고일 이전에 파산절차 진행과정에서 관계서류 등에 의해 해당 채권자가 배당받을 금액이 채권금액에 미달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경우, 그 미달하는 금액은 제1항에 불구하고 대손금으로 손금에 산입할 수 있다." (통칙 19의2-19의2…1②)
공고 전이라도 배당부족액이 객관적으로 확인된다면 그 부분만큼은 미리 손금에 산입할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의 경우에도 별도 통칙이 있습니다.
"법인이 외상매출금 등의 회수를 위하여 법원의 강제집행결과 무재산, 행방불명 등의 원인으로 '강제집행 불능조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대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등 회수가능한 재산이 있는 것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통칙 19의2-19의2…3)
강제집행 불능조서가 핵심 증빙입니다. 추심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원이 작성한 불능조서가 있어야 합니다. 단, 부동산 등 회수 가능한 재산이 확인되면 대손처리가 안 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④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 강제집행 불능조서로 대손처리 가능
실무에서 간과하기 쉬운 유형입니다. 회사 내 횡령이 발생하고 횡령인에 대해 손해배상채권을 계상한 경우, 이를 대손처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됩니다. 국세청은 2023년 사전답변(사전-2022-법규법인-0905, 2023.08.25.)에서 이를 인정했습니다.
"횡령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갑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등 모든 법적조치를 취하여 강제집행불능조서등에 의해 회수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경우, 동 금액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19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대손금으로 손금산입 할 수 있는 것이며, 귀 질의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실판단 할 사항입니다."
다만 같은 사전답변에서 중요한 한계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횡령인이 지정한 제3자에게도 강제집행을 진행해 불능조서를 받았더라도, 그 제3자 미회수액을 횡령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에서 제각해 대손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채권·채무 관계가 각각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⑤ 부도수표·어음 (부도 후 6개월 경과)
부도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상 지난 수표 또는 어음상의 채권, 중소기업의 경우 부도발생일 이전 외상매출금까지 포함됩니다(시행령 §19의2①9호). 단, 채무자 재산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외됩니다.
부도발생일의 기준도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1항 제9호에 따른 부도발생일은 소지하고 있는 부도수표나 부도어음의 지급기일(지급기일 전에 해당 수표나 어음을 제시하여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부도확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 부도확인일을 말한다)로 한다. 이 경우 대손금으로 손비에 계상할 수 있는 금액은 사업연도 종료일 현재 회수되지 아니한 해당 채권의 금액에서 1천원을 뺀 금액으로 한다." (시행령 §19의2②)
1천원을 뺀다는 표현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이는 채권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상 장치입니다. 완전히 0원으로 처리하지 않고 1천원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⑥ 중소기업의 2년 초과 미회수 외상매출금
중소기업의 외상매출금·미수금으로 회수기일이 2년 이상 경과한 것이 해당합니다(시행령 §19의2①9의2호). 단,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발생한 채권은 제외됩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악용을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⑦ 채권가액 30만원 이하 소액채권
회수기일이 6개월 이상 지난 채권 중 채무자별 채권 합계액이 30만원 이하인 경우 대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시행령 §19의2①11호). 소액 채권까지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규정입니다.
절대 대손금이 되지 않는 채권
아무리 회수가 불가능해도 대손금으로 처리할 수 없는 채권이 있습니다. 법인세법 제19조의2 제2항이 명시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채무보증으로 인한 구상채권입니다. 타인의 빚을 대신 갚고 생긴 구상채권은 원칙적으로 대손금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허용되는 채무보증, 금융회사의 채무보증, 신용보증사업법인의 채무보증, 건설업·전기통신업의 건설사업 관련 채무보증 등은 예외로 인정됩니다(시행령 §19의2⑥).
둘째, 특수관계인에 대한 업무무관 가지급금입니다. 특수관계인 여부는 대여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법 §19의2②2호). 나중에 특수관계가 해소됐다고 해서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손금산입 시기,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손금은 요건을 갖췄어도 시기가 틀리면 그 연도에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시행령 제19조의2 제3항은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강제산입 유형(1호): 소멸시효 완성, 회생계획 인가·면책결정, 경매 취소된 압류채권 등은 해당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반드시 손금산입해야 합니다. 임의로 다음 연도로 미룰 수 없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경정청구로만 구제받을 수 있으며, 경정청구 기간(5년)을 넘기면 영원히 인정받지 못합니다.
결산조정 유형(2호): 파산·강제집행·사업폐지·부도 등 나머지 유형은 해당 사유가 발생하여 손비로 계상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가 기준입니다. 결산에서 비용으로 잡아야 세무상 손금이 됩니다. 결산에서 잡지 않으면 세무조정으로도 손금산입이 안 됩니다.
요건 미비로 손금불산입했다가, 나중에 사유가 발생하면?
실무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기업회계 기준으로는 대손으로 처리했지만 세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손금불산입(유보)으로 세무조정한 채권이 있는데, 이후 사업연도에 실제로 대손 사유가 확정되는 경우입니다.
국세청 통칙은 이미 이 경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 제19조의2 제3항 각 호의 날이 도래하기 전에 손금으로 계상하여 손금불산입한 대손금은 그 후 동항 각 호의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세무조정으로 손금에 산입할 수 있다." (통칙 19의2-19의2…10)
그리고 2024년 사전답변(사전-2024-법규법인-0838, 2024.11.21.)은 구체적인 사례로 이를 확인했습니다. 미국 현지법인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외상매출금을 2016년에 기업회계 기준으로 대손 처리했으나 세법 요건 미비로 손금불산입했고, 이후 2024년에 해당 현지법인이 청산 종결된 경우에 대해 국세청은 이렇게 회신했습니다.
"해당 사업연도 이후에 채권회수를 위한 제반절차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24 사업연도에 채무법인의 청산이 종결됨에 따라 해당 외상매출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 경우 해당 사유가 발생하는 사업연도('2024 사업연도')에 세무조정으로 손금에 산입할 수 있는 것임"
여기서 핵심은 '채권회수를 위한 제반절차를 취하였음에도' 라는 표현입니다. 아무 조치 없이 방치하다 청산이 종결된 경우에는 통칙 19의2-19의2…9에 따라 접대비·기부금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채권관리의 흔적이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또한 채무법인의 청산 종결을 '사업의 폐지'가 확정되는 시점으로 본 근거로, 국세청은 기존 해석사례(서면-2019-법령해석법인-0135, 2019.3.28.)를 인용했습니다. 특수관계 법인이라도 청산 종결 후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은 대손금으로 손금산입 가능하다는 점(서면2팀-888, 2005.6.23.)도 함께 확인한 사례입니다.
합병·분할 시의 특례
합병이나 분할이 있는 경우에도 대손금 처리에 특례가 적용됩니다. 시행령 제19조의2 제4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파산·강제집행·부도 등 결산조정 대손금을 합병등기일 또는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까지 손비로 계상하지 않은 경우, 해당 대손금은 합병등기일 또는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손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합병·분할 이후 기존 장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규정이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출 서류도 챙겨야 합니다
대손금을 손금에 산입하려면 서류 제출도 필수입니다. 시행령 제19조의2 제8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법 제19조의2 제1항을 적용받으려는 내국법인은 법 제60조에 따른 신고와 함께 재정경제부령으로 정하는 대손충당금 및 대손금조정명세서를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법인세 신고 시 대손충당금 및 대손금조정명세서를 반드시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증빙 서류(강제집행 불능조서, 파산공고문, 회생인가 결정문 등)도 갖춰두어야 추후 세무조사 시 소명이 가능합니다.
마무리
대손금은 요건, 시기, 증빙 세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인정됩니다. 장부에 손실로 잡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소멸시효 완성이나 회생절차 확정의 경우 손금산입 시기가 강제되므로, 해당 연도를 놓치면 이후 경정청구로만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채권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면, 장부에서 지우기 전에 세법상 대손 요건과 처리 시기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처리했다가 세무조사에서 손금불산입되면, 추징세액에 가산세까지 더해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