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실제 사례로 보는 포괄사업양수도

이철민읽는 시간 7
실제 사례로 보는 포괄사업양수도

같은 사건, 세 번의 판단 — 매입세액 공제를 가른 하루의 차이

세금 사건은 종종 "사실관계는 똑같은데 결론이 뒤집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오늘 소개할 사건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조세심판원, 지방법원, 고등법원을 거치는 동안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은 그대로였는데, 단 하나의 논점에서 결론이 갈리면서 최종 승패가 뒤바뀌었습니다. 그것도 "하루 차이"로 말입니다.

사건의 구조를 먼저 짚고, 세 단계의 판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배경

AA그룹의 지주회사가 3개 공장(아산·익산·함안)에서 레미콘·혼화재·파일 세 가지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중 PHC파일 사업만 떼어내, 계열사가 100% 출자해 새로 설립한 자회사(이하 "원고")에게 약 1,170억 원에 넘겼습니다.

여기서 다툼이 시작됩니다. 원고는 이 거래를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재화의 공급"**으로 보고, 양도인에게 부가가치세 약 64억 원을 지급한 뒤 그 매입세액을 환급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반면 과세관청은 이 거래가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인 "사업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보아 환급을 거부하고 오히려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쟁점은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이 거래가 "사업의 양도"인가 "재화의 공급"인가. 둘째, 설령 사업의 양도라 하더라도 양도인이 세금을 납부했으니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가.

1. 조세심판원(조심2014전0710, 2014.08.11 결정) — 기각 (납세자 패)

조세심판원은 두 쟁점 모두에서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먼저 사업양도 여부에 대해, "영업양수도계약서는 전체적으로 파일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일체의 권리와 의무를 양도한다는 내용"이고, 양도 이후 양도인은 파일사업을 접고 원고만 이를 영위하게 된 점 등을 근거로 포괄적 사업양도로 판단했습니다. 한 사업장에서 여러 사업을 겸영하더라도, 공장시설·원자재·인력·회계가 사업부문별로 구분되어 있어 파일사업만 따로 떼어 양도할 수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쟁점에서도 납세자는 막혔습니다. 양도인이 2013년 제2기 예정신고기한인 "2013.10.25.까지 신고만 하고" 세액은 납부하지 않다가 심판청구 이후인 2014.1.24.에야 납부했기 때문에, 면세 거래에 세금계산서가 발급된 경우 매입세액 공제를 허용하는 예외 요건, 즉 공급자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고하고 납부했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 것입니다.

2. 대전지방법원(대전지방법원 2015. 1. 14. 선고 2013구합101783 판결)

— 기각 (납세자 패)

지방법원의 결론도 조세심판원과 같았습니다. 사업양도 판단의 논리도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지방법원에서는 납세자가 한 가지 주장을 추가했습니다. 양도인이 회생절차에 들어가서 부가가치세를 제때 못 낸 것이라는 항변이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각 부가가치세는 공익채권으로서 회생절차에 따른 제한 없이 납부가 가능하므로", 회생절차를 이유로 납부 지연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핵심은 그대로였습니다. 양도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신고·납부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납세자는 두 번 연속 패소한 셈입니다.

3. 대전고등법원(대전고등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누10290 판결)

— 제1심 취소 (납세자 승)

그런데 고등법원에서 결론이 뒤집힙니다. 주문은 단호합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그리고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고등법원도 첫 번째 쟁점에서는 앞선 두 판단과 똑같이 사업의 양도라고 봤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 양수도는 파일사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경영주체만을 (양도인)에서 원고로 교체시킨 것으로서 사업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재화의 공급이라는 원고의 1차 주장은 고등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승패가 갈린 곳은 두 번째 쟁점, 즉 매입세액 공제 여부였습니다. 고등법원은 양도인이 2013.10.25. 매출세액을 신고하고 2014.1.24. 이를 납부한 것을 두고, 정해진 신고·납부 절차에 따라 세액을 신고하고 납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가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하루"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2013년 제2기 부가가치세의 확정신고·납부기한은 2014.1.25.입니다. 양도인은 그 하루 전인 2014.1.24.에 세액을 납부했습니다. 앞선 두 단계는 양도인이 "예정신고기한(10.25)까지" 납부했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기한 도과"로 판단했지만, 고등법원은 확정신고기한 이전에 신고와 납부가 모두 이루어진 이상 법이 요구하는 신고·납부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의 교훈은 두 갈래입니다.

첫째, 사업양도와 재화공급의 구분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됩니다.

일부 어음채권이나 부채를 양도 대상에서 빼더라도, 사업 운영에 필요한 유·무형자산과 인력·계약·인허가가 대부분 넘어갔고 사업의 동일성이 유지된다면 사업양도로 봅니다. 미수금·미지급금을 양도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사업양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셈입니다.

한 사업장 안에서 여러 사업을 겸영하더라도, 사업부문별로 구분 경리가 되어 있으면 그중 하나만 떼어 양도하는 것도 사업양도가 됩니다.

둘째, 사업양도로 잘못 판단해 부가가치세를 주고받았더라도, 공급자가 그 세액을 신고·납부하면 매입세액 공제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은 "공급자의 신고·납부 시점"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양도인이 1.24가 아니라 1.26에 납부했다면 결론은 정반대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위험한 구간은 거래 당사자가 "이건 과세거래"라고 믿고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았는데 과세관청이 "사업양도"로 보는 경우입니다. 이때 매입세액 공제 여부는 내 손이 아니라 공급자의 신고·납부 이행에 달려 있게 됩니다.

따라서 사업양도인지 재화공급인지 애매한 거래라면, 계약 단계에서부터 그 성격을 명확히 검토하고, 부득이 과세거래로 처리할 경우 공급자의 신고·납부 일정까지 사전에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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