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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썼으니 공제받는다? R&D 세액공제, 인정의 경계

이철민읽는 시간 14
연구비 썼으니 공제받는다? R&D 세액공제, 인정의 경계

연구비 썼으니 공제받는다?R&D 세액공제, 인정의 경계

기술기업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조특법 제10조)는 가장 강력한 세금 혜택 중 하나입니다. 일반 공제율도 매출 대비 적지 않은데, 신성장·원천기술이나 국가전략기술로 인정받으면 공제율이 훌쩍 뛰어오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연구개발에 들어간 비용이니 당연히 공제 대상"이라는 생각이 자주 발목을 잡습니다. 같은 시제품 제작비라도 인정되는 것과 부인되는 것이 갈리고, 그 경계에서 매년 수많은 다툼이 벌어집니다. 제도의 뼈대부터 최근 심판례, 그리고 분쟁을 미리 차단하는 사전심사 제도까지 짚어보겠습니다.

연구개발에 쓴 돈이라고 모두 공제되는 것은 아닙니다.'과학적·기술적 진전'과 '법이 열거한 비용', 두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제도의 뼈대 — 무엇을, 얼마나 공제해 주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기업이 연구개발과 인력개발에 지출한 비용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직접 빼 주는 제도입니다. 연구개발은 성과가 수익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고 실패 위험도 크기 때문에, 그 부담을 세제로 덜어 투자를 독려하려는 취지입니다. 공제는 비용이 발생한 과세연도마다 적용되며, 해당 비용을 자산(개발비 등)으로 회계처리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공제 트랙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일반연구·인력개발비, 신성장·원천기술연구개발비, 그리고 국가전략기술연구개발비입니다. 뒤로 갈수록 공제율이 높아지는데, 어디에 해당하느냐가 세액을 크게 좌우합니다. 같은 인건비라도 그 연구가 어떤 기술을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조특법 제10조 — 세 갈래 공제율(주요 내용)

일반: 중소기업은 해당연도 발생액의 25%, 또는 직전연도 대비 증가분의 50%(중견기업 40%, 그 외 25%) 중 선택. 중소기업 졸업 후 유예, 중견기업 8%, 그 밖의 기업은 매출 대비 비율로 계산(2% 한도).

신성장·원천기술: 중소기업 30% + (매출 대비 R&D비중 × 3배, 10% 한도). 그 외 기업 20%대.

국가전략기술: 중소기업 40% + (매출 대비 비중 × 3배, 10% 한도). 그 외 기업 30%대. 반도체 분야는 적용기한이 2031년까지로 더 길게 설정.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은 동시에 해당하더라도 납세자가 둘 중 하나만 선택해 적용합니다. 또한 일반·신성장·국가전략 비용은 각각 별개의 회계로 구분경리해야 하고, 공통비용은 정해진 안분 방식에 따라 나눠야 합니다. 구분경리를 소홀히 하면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을 근거 자체가 흔들립니다.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은 무엇이 다른가

두 기술군은 모두 시행령 별표로 그 범위가 촘촘히 열거되어 있습니다. 신성장·원천기술(별표 7)은 미래형자동차, 지능정보(AI·IoT·클라우드·빅데이터), 차세대 SW·보안, 콘텐츠, 차세대 전자정보 디바이스, 바이오·헬스, 에너지·환경, 로봇, 항공·우주, 첨단 소재·부품·장비, 탄소중립, 방위산업 등 미래 유망 분야를 폭넓게 담고 있습니다. 반면 국가전략기술(별표 7의2)은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미래형 운송·이동수단, 바이오의약품, 인공지능 등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분야로 좁고 깊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이 별표가 단순한 분야 나열이 아니라, 기술의 사양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국가전략기술의 반도체 항목은 '15nm 이하급 D램 및 170단 이상 낸드플래시메모리 설계·제조 기술'처럼 수치 기준을 못 박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도체 회사니까 국가전략기술"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실제 수행하는 기술이 별표의 정의에 들어맞는지를 한 줄 한 줄 대조해야 합니다. 이 판단을 돕기 위해 재정경제부장관과 산업통상부장관이 공동 운영하는 연구개발세액공제기술심의위원회가 기술 해당 여부를 심의합니다.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64 (2025.1.22.)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해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받은 허가본부의 연구전담요원에게 지급한 인건비는 조특법 제10조의 세액공제 대상 연구개발비에 해당하고, 그 기술이 시행령 별표 7의2에 해당하면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해당 여부는 사실판단 사항이라고 회신했습니다.

요지는 분명합니다. 부서의 이름이 '허가본부'든 무엇이든,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받은 조직의 연구전담요원 인건비라면 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전략기술이라는 더 높은 공제율로 이어지는지는 기술이 별표 정의에 맞는지를 따로 따져야 합니다.

가장 흔한 함정 — '시제품 제작비'를 둘러싼 다툼

여기서부터가 실무의 진짜 전장입니다. 연구개발비로 인정받는 비용은 시행령 별표 6에 열거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전담부서 등이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견본품·부품·원재료와 시약류 구입비(시범제작에 드는 외주가공비 포함)'입니다. 문제는 고객사에 납품할 설비를 개발하면서 만든 시제품의 제작비가 여기에 해당하느냐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만든 시제품이니 그 제작비도 연구개발비"라고 봅니다. 실제로 국세청도 연구개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온 시제품을 폐기하든 판매하든 그 연구에 든 비용은 연구개발비에 해당한다고 해석해 왔습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최근 결정에서 이 논리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조심2023구3514 (2024.2.27.) — 납품용 설비 개발비 사건 · 기각

반도체 제조설비 개발업체가, 고객사 주문에 따라 자사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설비를 개발하고 그 초도 시제품 제작비·개선비를 연구·인력개발비로 보아 경정청구했으나 거부된 사안입니다. 이 업체는 개발한 설비와 동일 사양을 양산하지 않고, 개발 완료된 최종 시제품 자체를 고객사에 납품하는 구조였습니다.

심판원은, 별표 6의 문리해석상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견본품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만들어진 시제품'이어야 하는데, 쟁점 설비는 납품을 목적으로 개발되었고 동일 사양이 양산되지도 않아 이를 시제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고객사의 납품조건에 맞춰 제작한 설비의 제조원가 전부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예비적으로 주장한 초도 시제품 제작비 역시 납품용 제조원가의 일부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결정의 함의는 '납품 목적'과 '연구 목적'의 경계입니다. 처분청은 시제품 제작비 안에 단순 원자재비, 가공비, 도장비, 조립 인건비, 운송비처럼 과학적·기술적 진전과 무관한 비용이 섞여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즉 설비 제조원가 전체를 뭉뚱그려 연구개발비로 올리면, 그 안에서 '연구에 직접 대응하는 비용'만을 가려내라는 요구에 막히게 됩니다. 대법원도 일찍이 연구·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만이 공제 대상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온 시제품이면 인정의 여지가 있지만, 처음부터 납품을 목적으로 만든 설비라면 그 제조원가 전체를 연구개발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하나의 경계 — '고유디자인 개발비'와 부서의 문제

비슷한 다툼이 디자인 영역에서도 벌어집니다. 과거 시행령 별표 6은 '고유디자인의 개발을 위한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열거했는데, 이를 근거로 설계부서에서 발생한 재료비를 공제받으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조심2022전5600 (2023.11.14.) — 설계부서 재료비 사건 · 기각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가, 연구전담부서가 아닌 설계부서에서 수행한 설비의 내·외부 설계활동 재료비를 '고유디자인 개발을 위한 비용'이라며 공제를 신청했으나 거부된 사안입니다.

심판원은, 고유디자인 개발비란 자체 고용 디자이너 인건비, 디자인 위탁개발용역비, 디자인 설계기기 임차료, 디자인 설계비용, 연구용 견본품·부품·원재료 구입비 등을 의미하는데, 연구소·전담부서가 아닌 설계부서에서 장비의 내·외관을 설계·제작하며 발생한 재료비는 주로 설비 제작과 관련한 재료비로 보일 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고객사와의 협력 아래 기존 설비를 개선·교체하는 활동은 기능적 저작물 제작일 뿐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 고유디자인 개발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습니다.

여기엔 제도 변천도 얽혀 있습니다. 2019년 시행령 개정으로 별표 6의 '고유디자인의 개발을 위한 비용'이 삭제되고, 대신 산업디자인전문회사가 전담부서 범위에 추가되면서, 전담부서 외 부서에서 지출한 디자인 개발비는 공제 대상에서 빠지고 디자인 전담부서의 인건비 등만 대상이 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결국 '어느 부서에서 발생한 비용인가'가 공제의 갈림길이 된 셈입니다.

두 결정이 함께 말하는 것 — 엄격해석과 입증책임

두 사건은 모두 기각으로 끝났습니다. 그 바탕에는 일관된 원칙이 있습니다. 세액공제 같은 감면 규정은 특혜 규정이므로 법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하거나 유추해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제 요건의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아니라 이를 주장하는 납세자에게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의 두 가지 시사점이 나옵니다. 첫째, 비용을 '연구개발비 덩어리'로 올리지 말고, 별표 6의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과학적·기술적 진전에 직접 대응하는 부분이 얼마인지를 처음부터 분리해 두어야 합니다. 둘째, 그 분리와 활동의 실재를 뒷받침할 증빙(연구개발계획서·연구개발보고서·연구노트)을 갖춰야 합니다. 실제로 시행령은 이들 증거서류를 작성·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공제받은 과세연도 종료일로부터 5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분쟁을 부르는 전형적 패턴.납품용 설비·제품의 제조원가를 통째로 연구개발비로 올리는 경우, 연구전담부서가 아닌 생산·설계 부서에서 발생한 재료비를 섞는 경우, 단순 원자재비·가공비·운송비·조립 인건비처럼 기술적 진전과 무관한 비용을 포함하는 경우, 그리고 연구노트·보고서 등 증빙이 부실한 경우입니다. 이 네 가지가 겹치면 경정청구는 물론 당초 공제까지 부인될 위험이 커집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안전장치 —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

이처럼 경계가 모호하고 다툼이 잦다 보니, 국세청은 신고 전에 미리 확인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바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입니다. 지출했거나 지출 예정인 비용이 연구·인력개발비에 해당하는지를 신고 전에 국세청장에게 미리 심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시행령 제9조에 근거가 있습니다.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 핵심 정리

신청인: 세액공제를 적용받으려는 내국법인과 거주자(외국법인·비거주자 제외).

신청 대상: 이미 지출한 비용뿐 아니라 지출 예정 비용, 전체 중 일부 항목도 가능하며 금액 제한이 없음. ① 기술검토(R&D 활동이 조특법상 연구개발 정의에 부합하는지) ② 비용검토(시행령 제9조의 비용 범위에 포함되는지).

신청 기한: 법인세·소득세 과세표준 신고 전. 다만 공제 누락분은 경정청구·수정신고·기한 후 신고 전에 신청 가능.

방법: 홈택스·우편·방문. 신청서와 함께 연구개발보고서, 연구개발비 명세서 등 첨부.

이 제도의 진짜 가치는 그 효력에 있습니다. 신청인이 심사결과 통지에 따라 세액공제를 신청한 경우, 이후 국세청이 심사결과와 다르게 과세처분하더라도 국세기본법에 따라 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즉, 미리 확인받고 그대로 신고하면 최소한 가산세 리스크는 차단되는 것입니다. 다만 부정확한 서류를 제출했거나 사실관계의 변경·누락, 탈루 혐의가 있는 경우는 제외됩니다. 또한 사전심사를 받은 내용은 신고내용확인이나 감면 사후관리 선정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사후 검증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심사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1회에 한해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사례로 보면 — 어디서 갈리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기업을 그려 보겠습니다.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 '나노시스'는 고객사의 요청 사양에 맞춰 맞춤형 설비를 개발해 납품합니다. 회사는 한 해 설비 개발에 들인 비용 전부를 연구·인력개발비로 보고 공제를 신청하려 합니다.

사례 — 나노시스의 R&D 공제 점검(가상)

인정 가능성이 높은 비용. 기업부설연구소(전담부서)의 연구전담요원 인건비,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견본품·부품·원재료·시약류 구입비, 위탁·공동연구개발비. 만약 개발 기술이 별표 7의2의 반도체 정의(예: 7nm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에 정확히 부합하면 국가전략기술 공제율 적용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툼이 예상되는 비용. 고객사에 그대로 납품할 설비의 제조원가 전체, 그 안의 단순 원자재비·가공비·도장비·조립 인건비·운송비, 그리고 연구전담부서가 아닌 설계·생산 부서에서 발생한 재료비. 위 두 심판례에 비추어 이 부분은 부인 위험이 큽니다.

권장 동선. 비용을 연구 직접대응분과 제조원가분으로 처음부터 분리하고, 연구개발계획서·보고서·연구노트로 활동을 입증한 뒤, 경계가 애매한 항목은 신고 전에 사전심사로 확인받는 것입니다. 사전심사 결과대로 신고하면 설령 견해차로 일부가 부인되더라도 과소신고가산세는 피할 수 있습니다.

높은 공제율은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경계가 까다롭습니다. '얼마를 공제받느냐'보다 '무엇이 인정되느냐'를 먼저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공제는 설계의 문제입니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기술기업에 큰 혜택이지만, 동시에 가장 다툼이 잦은 영역이기도 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비용을 별표 6의 항목과 '직접 대응' 기준에 맞게 처음부터 분리·기록하는 것, 그리고 신성장·국가전략기술 해당 여부와 경계가 애매한 항목은 사전심사로 미리 확정해 두는 것입니다. 일이 끝난 뒤 경정청구로 돌이키려 하면 입증의 벽과 엄격해석의 원칙에 부딪히지만, 신고 전에 설계하면 혜택은 챙기고 위험은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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