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거래처에 납품하거나 해외 플랫폼으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라면, 정산서에서 한 번쯤 낯선 공제 항목을 보셨을 겁니다. 베트남의 외국인계약자세, 대만·브라질의 원천징수처럼 현지에서 먼저 떼인 세금입니다. 같은 소득에 한국 법인세까지 내면 이중과세인데, 이를 풀어주는 장치가 외국납부세액공제(법인세법 제57조)입니다. 다만 "현지에서 냈으니 당연히 다 빼준다"고 생각하면 실무에서 발목을 잡힙니다.
“
현지에서 냈다고 다 공제되는 것이 아닙니다.'적정하게 납부된 세금'을, '한도 안에서'만 돌려받습니다.
해외로 사업을 넓힌 법인이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세무 이슈가 이중과세입니다. 같은 소득을 두고 소득이 발생한 나라(원천지국)와 본사가 있는 우리나라가 모두 과세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인세법은 이 충돌을 외국납부세액공제로 조정합니다. 국외원천소득에 대해 외국에 낸 법인세를, 우리 산출세액에서 빼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에는 두 개의 관문이 있습니다. 하나는 '공제 대상이 되는 세금인가', 다른 하나는 '얼마까지 빼주는가'라는 한도입니다.
첫 번째 관문 — 공제되는 외국세액인지부터 봅니다
외국에 냈다고 모두 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인세법은 외국정부에 납부했거나 납부할 세액 중 법인의 소득 등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과세된 세액 등을 공제 대상 외국법인세액으로 규정하고, 가산세는 제외합니다. 핵심은 그 세금이 조세조약과 원천지국 세법에 따라 '적정하게' 납부된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면-2024-국제세원-4851 (2025.7.31.)
모바일 게임을 전 세계 앱 마켓으로 유통하는 내국법인이, 대만·브라질 등에서 떼인 원천징수세액을 제외한 금액만 정산받았는데, 정작 외국에 납부한 세금 영수증이 아니라 원천징수세율과 세액 정보만 적힌 명세서만 받은 사안이었습니다.
국세청은 외국납부세액공제는 원천지국과의 조세조약 및 그 나라 세법에 따라 적정하게 납부된 외국법인세액에 한하여 적용한다고 회신했습니다. 다만 그 법인이 받은 대가와 납부한 세액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사실판단 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무적 함의는 분명합니다. 플랫폼 정산내역에 '원천징수 얼마'라고 적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 세금이 조세조약상 제한세율을 넘지 않게, 현지 세법에 맞게 적정히 납부된 것인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납부 증빙을 갖추고 있는지가 공제의 전제가 됩니다. 증빙이 명세서 수준에 그친다면, 공제 단계에서 다툼의 소지가 생깁니다.
두 번째 관문 — 공제한도, 그리고 '국외원천소득'의 계산
공제 대상이 맞더라도 전액을 무조건 빼주지는 않습니다. 법인세법은 산출세액에 '과세표준 중 국외원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곱한 금액을 공제한도로 둡니다. 즉 우리 세금 중 그 해외소득 몫만큼만 외국세액으로 채워주는 구조입니다. 한도를 넘는 외국세액은 그 다음 사업연도 개시일부터 10년 내에서 이월공제할 수 있고, 이월기간에도 못 쓴 금액은 그 종료일 다음 사업연도에 손금에 산입할 수 있습니다.
법인세법 제57조 제1항 · 제2항
공제한도금액 = 산출세액 × (국외원천소득 ÷ 과세표준)
한도를 초과한 외국법인세액은 다음 사업연도부터 10년 이내 이월공제하고, 이월공제기간에 공제받지 못한 금액은 그 종료일 다음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손금산입할 수 있습니다. 국외사업장이 둘 이상의 국가에 있으면 한도는 국가별로 구분해 계산합니다.
여기서 실무의 진짜 난관은 분자인 '국외원천소득'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입니다. 단순히 해외에서 받은 매출이 아니라, 그 매출에 대응하는 비용을 빼야 합니다. 법인세법 시행령은 해당 국외원천소득에 직접 대응되는 직접비용과, 국내외 소득에 공통으로 관련된 비용 중 일정 배분방법으로 계산한 배분비용을 함께 차감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해외 매출을 크게 잡고 비용을 적게 빼면 국외원천소득이 부풀려져 한도가 커 보이지만, 과세관청은 대응비용을 제대로 차감했는지를 봅니다.
놓치기 쉬운 디테일 — 연구개발비가 많은 기업의 선택
특히 연구개발비 비중이 큰 기업이라면 챙겨야 할 계산 규칙이 있습니다. 시행규칙은 연구개발비 같은 공통비용에 대해 매출액 방법과 매출총이익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국외원천소득 대응비용을 계산하도록 하고, 그 선택은 적용받으려는 사업연도부터 5개 사업연도 동안 연속해 적용하도록 합니다. 또한 전체 연구개발비 중 국내에서 수행되는 연구개발 활동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연구개발비용비율)이 50% 이상인지 미만인지에 따라 계산식이 달라집니다.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47조 — 연구개발비 대응비용 계산
매출액 방법과 매출총이익 방법 중 선택하되, 매출총이익 방법으로 계산한 금액이 매출액 방법의 50%에 미달하면 매출액 방법으로 계산한 금액의 50%를 대응비용으로 합니다.
두 방법 모두 연구개발비용비율이 50% 이상인지 미만인지에 따라 적용 산식이 나뉘며, 한 번 선택한 방법은 그 사업연도부터 5개 사업연도 동안 연속 적용해야 합니다.
요점은, 국외원천소득 대응비용을 어떤 방법으로 잡느냐에 따라 공제한도가 달라지고, 그 선택이 5년을 구속한다는 것입니다.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제조·IT 기업일수록 첫 선택에서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고정사업장이냐 아니냐 — 베트남 사례가 보여주는 갈림길
외국납부세액공제는 결국 '국외원천소득'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해외 현지에 어떤 형태로 인력과 설비를 두느냐에 따라, 그곳이 고정사업장으로 인정되는지가 갈리고, 그에 따라 과세와 공제의 구조가 달라집니다. 최근 예규가 이 경계를 잘 보여줍니다.
베트남 외국인계약자세 관련 예규
LCD용 광학필름 등을 만드는 내국법인이, 베트남 현지 임가공업체를 통해 완제품을 생산해 현지 매출처에 바로 인도하는 외국인도수출 방식으로 거래하면서, 매출처 공장에 상주 인력과 공구·비품을 갖춘 '베트남사업부'를 두었습니다. 베트남 과세당국은 이를 고정사업장으로 보아 매출액의 1%를 외국인계약자세로 과세했습니다.
국세청은, 그 사업부에서 법인의 사업이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영위되면 한국·베트남 조세조약 제5조에 따라 고정사업장에 해당하지만, 그 활동이 예비적·보조적 성격에 그치면 고정사업장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본질적·중요한 사업활동인지, 예비적·보조적 활동인지는 그 성격과 규모,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해 사실판단할 사항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안에서 공제 실무와 직결되는 두 가지 회신이 더 있습니다. 외국인계약자세에 대한 공제한도를 계산할 때 국외원천소득은 그 세금이 원천징수된 매출액에서 대응하는 손금을 차감해 산출한다는 점, 그리고 만약 그 외국인계약자세가 법인세법 제57조와 시행령 제94조의 외국법인세액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시행령 제19조에 따른 손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지에서 떼인 세금이 '적정한 외국법인세액'이 아니라면, 공제도 안 되고 비용으로도 못 떱니다. 그래서 첫 단추인 '성격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해외 매출이 있는 법인의 체크포인트.먼저 현지에서 떼인 세금이 조세조약과 원천지국 세법에 맞게 적정히 납부된 외국법인세액인지, 이를 입증할 납부 증빙을 갖췄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음으로 국외원천소득을 계산할 때 대응비용(직접비용·배분비용)을 제대로 차감했는지, 연구개발비가 많다면 매출액 방법과 매출총이익 방법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따져 5년 적용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셔야 합니다. 한도 초과액은 10년 이월공제와 이후 손금산입까지 이어진다는 점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해외로 나간 만큼, 세금 설계도 따라가야 합니다
외국납부세액공제는 단순히 외국에 낸 세금을 빼는 것이 아니라, 그 세금이 공제 대상인지, 국외원천소득과 대응비용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한도와 이월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모두 얽힌 종합 설계의 문제입니다. 해외 거래 구조를 짜는 단계에서부터 고정사업장 여부와 증빙 체계를 함께 점검해야, 정작 신고 단계에서 공제를 흘려보내거나 한도에 막히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