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고용부담금, 손금산입 된다 — 단, 2024년까지
기재부 유권해석을 뒤집은 대법원
오랫동안 기업 세무 실무의 '관행'이 하나 있었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손금불산입. 기획재정부가 그렇게 해석했고, 기업들은 그대로 따랐다.
대법원이 그 관행을 뒤집었다.
2026년 3월 12일 선고된 대법원 2024두30809 판결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구 법인세법 제21조 제5호에서 정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공과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결론은 손금산입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기재부 유권해석을 정면으로 부정한 판결이다. 실무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왜 '제재'가 아닌가
구 법인세법 제21조 제5호의 문언은 이렇다.
"법령에 따른 의무의 불이행 또는 금지·제한 등의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공과금"
과세관청의 논리는 단순했다. 장애인 고용의무를 안 지켰다 → 의무 불이행 → 그에 따른 제재 → 손금불산입. 도식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인다.
대법원은 이 도식을 네 개의 논거로 해체했다.
① 공과금 손금산입이 원칙이다
공과금은 사업 활동에 수반되어 강제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사업경비 성격을 띤다. 따라서 손금산입이 원칙이고, 손금불산입은 법률이 명시한 예외다. 예외 요건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출발점이 다르다.
② 부담금의 본질은 조정 기능이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제도의 구조를 보면 명확하다. 의무고용률 미달 사업주 → 부담금 납부 → 기금으로 적립 → 의무고용률 초과 사업주에게 장려금 지급. 사업주 간 경제적 부담을 재분배하는 구조다. 헌법재판소도 이를 '유도적·조정적 부담금'으로 규정했다(2001헌바96).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재정 조정 수단이다.
③ 제재에는 귀책사유가 필요하다
벌금과 과태료, 즉 진정한 의미의 '제재'는 고의 또는 과실을 부과 요건으로 한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다르다. 고의·과실과 무관하게 요건만 충족되면 기계적으로 발생한다. 별도 처벌 규정도 없다. 법적 비난가능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재의 본질적 속성이 없다.
④ 입법 연혁이 방향을 말해준다
1997년 법 개정 이전까지 법인세법 시행령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손금산입 항목으로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있었다. 이후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을 계기로 손금불산입 공과금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방식으로 법이 바뀌면서 해당 조항이 삭제된 것뿐이다. '손금불산입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단순한 체계 정비의 부산물이었다.
실무 대응: 경정청구를 검토할 시점
이 판결의 즉각적인 실무 효과는 경정청구다.
그동안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손금불산입으로 처리하고 법인세를 신고·납부한 법인이라면, 경정청구 기간 내 사업연도에 대해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이 경정청구 기간이므로, 소급 가능한 연도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환급 효과는 법인 규모와 부담금 납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당 폭 하회하는 중견·대기업이라면 누적 환급액이 상당할 수 있다. 단순히 '해볼 만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결정적 반전: 법이 이미 바뀌었다
여기서 실무가 복잡해진다.
2024년 12월 31일, 법인세법이 개정되었다. 개정의 핵심은 문언 하나다.
| 구분 | 조문 |
|---|---|
| 구 법인세법 제21조 제5호 | 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공과금 |
| 현행 법인세법 제21조 제5호 |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부과되는 공과금 |
대법원은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부과된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그것이 '제재로서' 부과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개정법은 바로 그 논리의 틈을 정확히 겨냥해 '제재로서'라는 문언을 삭제했다.
결과적으로 2025년 사업연도분부터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현행법상 손금불산입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판결의 논리가 현행법 아래에서는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2025년 이후, 논쟁은 끝난 것인가
단정하기 이르다. 검토할 여지가 남아 있다.
대법원은 판결 이유 중 하나로 입법 연혁을 들었다. 과거 손금산입으로 명시되어 있던 것이 삭제되었을 뿐, 손금불산입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행 개정법은 그 의도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헌법적 논점도 새롭게 열린다.
부담금의 본질이 조정적 기능에 있다는 점, 귀책사유 없이 부과된다는 점은 법 개정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 만약 현행법이 부담금의 실질을 무시하고 입법 형식만으로 손금불산입을 강제한다면,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나 평등원칙 위반 논거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추가적인 법적 다툼을 전제로 하는 얘기다. 현재 시점에서 실무적으로는 2025년 이후분은 손금불산입으로 처리하되, 향후 법령 해석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리
| 구분 | 내용 |
|---|---|
| 대법원 판결 | 장애인 고용부담금 → 손금산입 가능 (구 법인세법 적용분) |
| 경정청구 대상 | 경정청구 기간 내 사업연도 (원칙 5년) |
| 2025년 이후 | 법 개정으로 손금불산입 가능성 높음 |
| 향후 쟁점 | 현행법의 헌법적 타당성, 추가 해석론 |
이번 판결은 기재부 유권해석이 항상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동시에 사법부의 판단을 입법으로 신속히 차단하는 패턴도 확인된다. 세법은 문언만 읽어서는 안 되고, 그 이면의 입법 의도와 연혁, 그리고 판례의 흐름을 함께 읽어야 한다. 이번 사안이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